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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방 부지 '두 동강'···폭 35m 도로 '쟁점' 해답은?

입력 2023.08.10. 18:38 수정 2023.08.15. 20:16
사업부지 직접 관통하며 '보행 연결성' 훼손
"간선도로 상부에 광장·공원 조성해야" 조언
2만여㎡ 넘는 공공공간 발생…시민 편익 증가
전문가·시민단체 등 16일 시의회서 토론회
전방·일신방직 부지 국제지명 설계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덴마크 어반 에이저신의 '모두를 위한 도시' 마스터플랜. 부지를 관통하는 폭 35m 도로 상부 전체를 공원 또는 보행연결공간으로 조성토록 사전협상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등일보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 개발(이하 전일방 부지)을 위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에서 폭 35m 간선도로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간선대로가 개발 부지를 관통함에 따라 주요 보존건축물 훼손과 역사공원 분절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보행 중심의 입체적 개발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으로도 간선도로 상부에 광장을 조성하는 등 보행연결성(보행네트워크)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사전협상에 조건에 못박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방·일신방직 부지 국제지명 설계공모작(낙선) 중 포스코에이앤씨가 제안한 '그린위빙시티'(Green Weaving City). 간선도로 위에 입체적인 보행로와 광장을 조성해 도로에 의한 단절성을 극복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공간에 '폭 35m 길이 600m' 고속도로?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전일방 부지(북구 임동 29만6천340㎡) 도시계획변경을 위해 사업자인 휴먼스홀딩스PFV와 막판 사전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건축사 등 지역건축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옛 전일방 부지의 주요도로인 폭 35m 간선도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도로는 광천1교와 서림로를 잇는 약 600m 가량의 간선도로로, 광주시가 옛 전일방 부지에 계획한 핵심 도로다. 이 도로를 따라 복합쇼핑몰과 랜드마크 등 상업시설과 업무시설, 주상복합이 들어설 계획이다.

문제는 이 간선도로가 주요 지역을 통과하면서 '이등분' 낸다는 데 있다. 보존평가결과 각각 1, 2순위인 옛 전남방직 공장과 일신방직 공장을 훼손할뿐더러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역사문화공원 간의 단절을 불러오는 건 예상되는 수순이다. 현재 계획상 간선도로 중간 지점에 큰 중앙보행데크를 내는 것으로 보완하지만, 단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하부 환경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광주시가 옛 전일방 부지 개발을 위해 국제지명 초청 설계공모를 통해 선정한 마스터플랜 '모두를 위한 도시'(어반 에이전시)가 도보와 자전거 등으로 15분 이내 생활 기반을 구성하는 '15분 도시'를 콘셉화했다는 점에서, 35m 간선도로를 그대로 두는 것은 맞지 않다. 협상조정협의회 회의에서도 문제를 인식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조치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광주시 또한 문제 인식은 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함인선 시 총괄건축가는 지난해 12월 열린 토론회에서 부지를 관통하는 간선도로에 대해 "대지를 반으로 가로 질러 관통하는 것은 사업성 측면에서도 좋은 방안이 아니고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도 있어 여러 각도로 살펴봤지만 변형은 어렵다는 게 잠정 결론이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시 로즈 케네디 공원(The Rose Kennedy Greenway). 고속도로를 지하화한 뒤 상부를 공원화했다. 사진=로즈 케네디 그린웨이 웹사이트

◆국내외적 추세에 역행…간선도로 덮으면 '막대한 공원' 확보

전문가들은 이제와서 선형 변형을 통한 건축물 훼손을 막긴 어렵더라도 간선도로 상부구조를 광장이나 보행공간으로 만드는 입체적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보행 네트워킹을 높이고 있는 국내외적인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에서는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 주요 도심 구간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공원을 만드는 작업 중이다. 미국 보스턴도 도심 단절을 일으켰던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지화화한 뒤 공원으로 만드는 '빅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폭 35m 도로를 600m가량 구간의 상부를 개발할 경우 약 2만1천㎡(6천363평)에 이르는 공공공간이 생길 수 있다. 땅 한평 한평이 아까운 마당에 간선도로 상부를 공원화할 경우 막대한 공공공간이 발생한다.

그런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옛 전일방 부지' 한복판에 고속도로를 낸다면 역행 행정이라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홍근 나무심는건축인 대표(포유건축사사무소)는 "주요 도시들이 고가도로는 없애고, 고속도로를 지화화해서 공원으로 만들고 있는 마당에 하물며 우리는 새로 만드는 데 이렇게 큰 도로를 그대로 내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전일방 부지를 관광자원화하고 광주시민들의 공간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절 없는 보행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간선도로 위를 보행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 위로는 사람이, 아래로는 차가 다니는 입체적 보행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일신방직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 또한 최근 성명서를 내고 해당 도로의 상부를 공원 또는 보행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의회와 전일방부지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 전일방부지 개발 주민대책추진협의회는 공동으로 16일 오후 2시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전일방부지 개발 공공기여를 두고 정책토론회를 연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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