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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전통시장은 왜 그럴까

입력 2024.12.05. 15:06 수정 2024.12.05. 18:15

전통시장에 가는 이유는 뭘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전통시장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은 제로에 가깝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폐점하고, 백화점도 명품과 F&B로 버티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에 가야지만 살 수 있는 게 많은 것도 아니다. 가격이 눈에 띄게 더 싸지도, 쾌적하지도, 편리하지도 않다. 친절하기로 따지면 마트 직원보다 더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파는 사람 마음인 가격은 말할 것도 없이 불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전통시장에 간다. 쇼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험하기 위해서다. 많게는 수백년에서 적게 수십년간 축적된 시간이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에 간다. 그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과 매력을 느끼기 위해 간다. 다소 불편하고 지저분하고 좁아도 이해한다. 원래 전통시장은 그런 맛으로 가는 거니깐. 사람들에 치이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에 눈 돌아가다 보면 어느새 텅장(통장이 텅 비는)이 되곤 한다.

기자 또한 국내든 해외든 어느 도시를 가든 전통시장에 가곤 한다. 최근 부산에 갔을 때는 부평깡통야시장에 머물렀다.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니 안 가볼 수가 없었다. 그 좁은 골목에 30여개의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으니 기차놀이하듯 지나가야 했다. 푸드트럭뿐만 아니라, 근방 상가들도 몰려든 방문객을 꼬실 아이템으로 무장했다. 결국 다음날에도 근방을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니 부산시민이었다면 꽤 자주 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도 광주의 시장은 비교적 최근까지 거의 가지 않았다. 대통령 후보나 총리와 같은 중앙 정치인들이 광주에 올 때마다 꼭 양동시장을 가다보니 취재하기 위해 몇 번 방문하긴 했다. 가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호남 최대 전통시장이라고 불리는 양동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 시장들이 '전통시장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몸소 실증해 놨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달 대인시장을 방문했다. 광주에서 가장 성공한 전통시장 축제인 대인예술야시장(남도달밤야시장)에 가기 위해서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광주시민들의 주체할 수 없는 흥이 넘쳐흐르는 모습을 보자니 이제 온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야시장은 가을에만 열린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그 정도까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 지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하는 광주 전통시장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광주 내 전통시장들마다 축제를 열지만 살펴보면 대부분 공적 지원금을 받아서 하는 것들이다. 지원이 끊기면, 축제도 끊긴다. 그리고 사람도 끊긴다.

수십년간 전통시장 자생력을 위해 마중물 역할로 투입된 공적 지원은 여전히 자생력을 위한 '마중물'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공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현대화 사업을 해달라고,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지원을 받기 위한 정치적 노력이 아닌, 자생하기 위한 노력을 보고 싶다.

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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