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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안전은 뒷전"...광주 아파트 앞 '가변주차제' 강행에 '불만 고조'

입력 2025.10.17. 15:48 수정 2025.10.17. 16:15
중앙선 침범 늘어 충돌 위험 높아
아이들 등 보행자 사고 우려도
“상권 활성화하려다 사고 늘 것”
區, 간담회 열고 시행 여부 결정
17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화정동 모 아파트. 단지 입구 주변에 가변(한쪽)주차제 운영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히 걸려 있다.

"가변주차제가 시행되면 교통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도 많이 다니는 아파트 앞 도로인데 입주민 안전보다 골목상권 활성화가 우선인 건가요?"

광주 서구가 한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 '가변(한쪽)주차제' 운영을 밀어붙이면서 입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계속된 반대 의견에도 서구가 공사를 일방적으로 시작했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화정동 모 아파트. 단지 입구 주변에 가변(한쪽)주차제 운영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히 걸려 있다.

1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구는 화정동 모 아파트 단지 앞 왕복 2차선 도로 130여m 구간에 가변주차제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가변주차제는 좁은 도로에서 무분별한 불법 주·정차로 생기는 교통 혼잡을 줄이고 부족한 주차 공간을 확보해 상권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원칙적으로 주·정차가 금지된 노란색 실선 도로에 현장 여건에 맞춰 한쪽 차선으로만 최소 60분부터 90분, 120분, 또는 하루 종일까지 탄력적으로 주정차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주·정차가 허용되지 않는 반대편 차선에 차량을 세우면 곧바로 단속 대상이 된다. 가변주차제 구간에서는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2시) 단속 유예도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가변주차제 운영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가변주차제가 시행되면 왕복 2차선 도로다 보니 주·정차 차량을 피하기 위한 중앙선 침범이 증가해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게 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오전 가변(한쪽)주차제가 시행 예정인 광주 서구 화정동 모 아파트 앞 도로. 한 고령자가 보행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무등일보 취재기자자 가변주차제 시행 예정 구간을 찾아 차량을 한쪽 차선에 세워둔 뒤 지켜본 결과, 세워진 차량을 피하고자 중앙선을 넘어가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특히 아파트 단지로 드나드는 아이들을 포함한 보행자들이 세워진 차량에 가려 운전자 시야에 잘 띄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또 아파트 단지와 상가를 잇는 횡단보도들에는 모두 보행자 신호등이 없어 더욱 위험했다.

아파트 단지 입구 주변에는 '가변주차제 반대!', '사고나면 서구청장이 책임지나요!', '주민 의견수렴 없는 졸속행정 서구청은 각성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7일 오전 가변(한쪽)주차제가 시행 예정인 광주 서구 화정동 모 아파트 앞 도로. 취재기자가 차량을 한쪽 차선에 세워둔 뒤 지켜본 결과 차량을 피하고자 중앙선을 넘어가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입주민 임모(41·여)씨는 "가변주차제가 시행되면 보행자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입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구의 일방적인 행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서구가 입주민 등의 의견수렴을 하기 위한 '행정예고 기간(9월29일~10월20일)' 중 주차가능 시간을 알리는 LED 전광판 기둥 설치 공사를 미리 시작했다는 것이다.

입주민 박모(45·여)씨는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을 거면서 행정예고 기간은 왜 가졌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절차적으로 문제라도 생길까봐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한 것 같다"며 "상가 쪽에 10대 이상 주차 가능한 공영주차장도 들어서 있는데 가변주차제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려다 교통사고만 더 늘어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17일 오전 가변(한쪽)주차제가 시행 예정인 광주 서구 화정동 모 아파트 앞 도로. 취재기자가 차량을 한쪽 차선에 세워둔 뒤 지켜본 결과 차량을 피하고자 중앙선을 넘어가다 마주 오던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입주민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서구는 공사를 중단하고 20일 오후 2시께 화정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가변주차제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서구 관계자는 "행정예고는 가변주차제 시행에 대한 것이 아니다. 기존에 설치된 CCTV의 용도를 변경하기 위함이다"며 "해당 구간에 대해서는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경찰로부터 가변주차제를 운영해도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고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공익을 위한 사업인 만큼 간담회에서 나온 결론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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